트위터에 쓰기에는 너무 안물안궁 이야기고 언젠가는 정리해보고 싶었던 생각을 걍 두서없이 적어봄.
이럴때 개인홈이 정말 좋은 것같음.
SNS와 기물과 차에 대해
사실 예전에 짧게 차 (tea. not car)관련 트위터 부계를 만들어서 활동 한 적이 있었는데, 아 SNS가 이래서 무섭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게 차계를 접게된 결정적 사유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팔로우 하다 보면 정갈하게 플레이팅 된 찻자리, 고가의 다구, 구하기 어렵거나 고급 차, 혹은 비싼 찻집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 마다 어쩐지 움츠러 들었다. 사람들이 과시욕이나 허영에 대해 지적하려는건 아니다. 취미란 좋아하는걸 좋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고 사람들은 대부분 더 좋은것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취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있고 SNS의 모방 소비에 잘 휩쓸리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완전한 착각이었다.
SNS에 올라온 단아한 찻자리를 보고 있자면 내 찻자리는 조금 남루하고 궁상맞아 보였다. 차를 마시는 취미라는게 조금 고상한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사실 그런 선입견을 가질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그냥 마시는 일이다.) 나도 따라하고 싶어졌다. 고상하고 감각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졌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듯 사람들을 따라해봤다. 비싼 기물을 산다거나, 차를 찍기 위한 Spot을 구성해 보거나....
참고로 잘 되지는 않았다. 비싼 돈을 주고 산 유명한 작가님의 개완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내게는 너무 얇아서 차를 우릴때 마다 너무 뜨거워서 잘쓰지 않게 되었고, 자연광이 잘 드는 사진 스팟은 실제 차를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거기에 셋팅을 하고 컴퓨터 옆으로 옮겨 다 식고 떫은 차를 마시게 됐다. 비싼돈을 주고 산 상품의 차는 아껴마시다 너무 오래 묵은 차가 되거나, 찻잎을 적게 넣어 오히려 맛이 없었다. 심지어 4번의 이사와 덜렁거리는 내 습관 때문에 좋아하던 기물들은 이가 나가거나 깨졌다. 킨츠기를 맡겼는데, 자주 가던 찻집의 사장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내가 좋아하는 차종류는 대부분 고온에서 우려야하니 사실 킨츠기는 적합하지는 않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도 그건 동감한다)
차는 마시는 취미가 그렇듯 정말 사치를 부리자면 끝이 없는 취미다. 기물이 그러하고 차가 그러하다. 돈을 많이 썼다고는 하지만 사실 많이 쓴편도 아니다. 그러나 아끼는 기물을 깨먹고, 보관을 잘못해 차가 맛이 가는 일을 겪으며 차에 대한 흥미를 서서히 잃어버렸다. 차마시는건 번거롭고 버겁게 느껴졌다. 어쩐지 이 많은 찻잎과 다구를 사들인것에 죄책감까지 느꼈다.
우스운 일이었다. 고작 차를 마시는 일인데. 나는 내 찻자리에 뭐가 필요한지 제대로 고민한 적이 없었다. 한동안 우울증으로 나를 잃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이제 차는 내게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반려인간과 여러 이야기를 하며 깨달았던게, 내 찻자리에 필요한건 편의성과 친구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멀리 둔 티포트를 그냥 컴퓨터 책상으로 옮겼고, 작고 값싸고 간편한 1인용 기물만 밖에 두고 그 외의 것들은 안에 두었다. 그랬더니 한동안 쉽사리 손에 가지 않았던 차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차에 손이가기 시작하니 친구들과 밖에서 차를 마시게 되고 이제는 다시 일상에 차가 함께 하게 되었다.
예전 처럼 예상치 못한 맛이 날때는 즐겁고 예상한 맛이 날때는 편안하다. 홈페이지나 인스타에 간혹 차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다. 다른 사람의 찻자리와 내 찻자리를 비교하지 않는다. 편하고 쉽게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이기만 하면 되니까.